안 방안에 정적이 쌓였다카린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안 방안에 정적이 쌓였다카린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눈을 부릅뜬 채 처참한 얼굴로 죽어 있는 사내와 앞에 선 사내의 얼굴을 바라다보면서 평온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녀 옆에 선 사내는 간샴만큼이나 키가 컸다다르다면 간샴은 몸매가 더 육중했고 턱수염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빛이 달랐다 간샴의 눈도 이 사람처럼 검었으나 무엇인가 따뜻해 보였다 눈매가 조금 처진 탓인지도 모른다카린은 벌거벗은 몸을 가리려 하지도 않고 물끄러미 사내를 올려다 보았다카린사내가 메마른 소리로 물었다난 마푸즈요짐작하고 있었으므로 카린은 머리를 끄덕이며 웃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이마와 얼굴의 한쪽 부분을 덮고 있었다 옆 집에서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남자의 투덜거리는 목소리도 들렸다초조한 듯 마푸즈가 그녀에게 반 걸음쯤 다가와 섰다날 데리러 왔나요맑은 소리로 카린이 물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이마 위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부드럽게 뻗은 팔의 곡선과 머리카락 사이에 박힌 긴 손가락이 보였다간샴이 보냈지요간샴의 이름을 입에 올리던 카린의 얼굴에는 저도모르게 웃음이 번졌다간샴이순간 카린은 가슴에 선뜻한 느낌을 받았고 차거운 것이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았다 카린은 자신의 가슴에 깊숙이 박힌 칼과 칼을 쥔 손을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았다 이윽고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마푸즈와 시선이 마주쳤다 검은 눈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간샴중얼거리듯 카린이 말했다폐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입에 가득 고였고 이내 입술 끝으로 흘러나왔다 마푸즈가 칼을 잡아 빼었다 카린은 가슴에서 피가 솟구쳐 나오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그곳을 싸늘한 바람이 지나는 느낌이 들었다 호흡이 막히자 그녀는 얼굴을 들었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그녀는 입을 벌렸다 간샴을 부르고 싶었으나 혀는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카린은 침대 위에 쓰러져 호흡을 멈췄다 의식이 잠깐 남아 있었으므로 카린은 안간힘을 쓰면서 간샴과 마푸즈의 얼굴을 번갈아 떠올렸다 간샴 간샴 간샴의 웃는 얼굴과 마푸즈의 눈이 동시에 떠올랐고 간샴의 부드러운 손과 마푸즈의 칼이 같이 보였다 간샴 간샴 카린은 간샴을 의식 속에서 불렀다 그러다가 이윽고 의식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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