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께 그들은 무섭게 몸을 일으켰다 논으로 들어서면서는 낫을 잡은 손바닥에 두 번 세 번 침을 튀겼지만 손아귀에 모아지는 힘은 예년 같지가 않은 느낌이었다 벼베기를 하는 소작인들은 일손을 쉴 때면 거의가 비슷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름이 깊어갔다 정현동은 희정리삼구와 맞바라보고 있는 중도방죽의 수문 언저리에 논 이백 말뚝을 사들였다 논은 한 마지기가 대개 이백 평이었는데 간척을 마친 중도들판을 분할할 때 동척에서는 한 마지기를 삼백평 단위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낙안벌이나 칠동들의 논은 마지기로 중도들판 논은 말뚝으로 구분해서 불렀다 그러니까 정현동이 사들인 논은 자그마치 육만 평의 넓이였다 한 집에서 부치는 소작을 다섯 말뚝으로 잡더라도 이백 명의생계가 매달려 있는 농토였다 그 농토를 그는 염전으로 둔갑시킬 계획으로 사들인 것이다그는 박씨와 안씨 두 지주에게 그 논들을 사들이면서 값을 모지락스럽게 후려때렸음은 물론이고 거래도 일체 비밀에 부쳤다 논을 사들이기 전에 군청과 도청에까지 은밀하게 선을대서 염전 허가가 나올 수 있도록 뒷손을 쓴 것 또한 물론이었다 염전이 제대로 되어 술도가처럼 수입이 안정을 이루면 더 말할 것 없고 만약 민물의 영향으로 소금기가 약해 염전이 제대로 안 될 경우에는 합법적으로 농지개혁을 피했다가 그것이 다 끝나고 나면 다시논으로 바꿀 심산이었다 멍텅구리 겉은 자식들 작인이란 것들이 미친 개들맹키로 요리설레발치는 판에 내가 왜 논을 사들이는지 몰르고 나를 모지래게 봤겄네 느그가 내 머리를워찌 따라오겄냐 다 타고나야 허는 것이다 타고나야 자기 생각대로 논을 헐값에 사들인정현동은 중도방죽을 걸으며 포만감에 넘치는 기분으로 혼자 웃고 또 웃었다 그는 벼베기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벼베기가 끝나면 곧바로 논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채울 작정이었다 바닷물이 찬 것을 확인해야만 염전 허가를 내줄 수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뒷손을 써서 하는 일일었지만 그 절차까지 생략시킬 도리는 없었다 도둑질에도 최소한의 손발맞추기는 필요했던 것이다 시월 중순을 고비로 하여 이십일에 접어들면서 그리도 풍성하던 들판은 썰렁한 폐허로 변하게 되었다 벼베기가 끝난 것을 확인한 정현동은 그날로 발동기를 옮기게 했다 중도방죽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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