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조수만과 KCIA는 서로의 얼굴

한동안 조수만과 KCIA는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고 있었다 바깥에 서있던 박현식도 문의 손잡이를 잡은 채 입을 열지 않았다어서들 내려요운전기사가 짜증이 난 듯 소리치자 그들은 거의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조수만이 한 발을 밖으로 뻗자 KCIA도 같이 뻗었다 그들이 내리자 택시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들 곁을 떠났다 힐끗 조수만을 올려다본 KCIA가 다시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핸드백 하나만 들고 나갔는데 근처에 쇼핑 간 거 아닐까박현식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어쨌든 보고를 해야겠어그들은 서둘러 호텔의 현관을 떠났다젠장 오래도 하는군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어하시모도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빌어먹을 사흘을 넘기지 못했던 모양이지그는 좌석의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는 길게 누었다 옆자리에 앉은 스노다가 머리를 들어 앞쪽을 바라보았다아파트 현관 앞쪽에 대형 리무진이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오후 네시가 조금 지났으나 흐린 하늘은 어두웠다 곧 눈이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 대여섯 명이 야구 배트를 둘러메고는 시끄럽게 떠들면서 그들이 타고 있는 차 앞을 지나갔다이봐 뭐 먹을 것 좀 사올까 점심을 굶어서 말이야스노다가 말하자 하시모도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그래 아무래도 저것들은 집에서 저녁까지 먹고 나올 것 같구만 도대체 나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이 친구야 언제는 우리가 사건 전체를 알고 일했나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차 밖으로 나서자 바깥의 날씨가 싸늘했으므로 스노다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는 힐끗 50미터쯤 앞쪽에 길게 세워져 있는 리무진을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가게는 아파트 입구 근처에 있는 것을 들어오면서 보아 두었다 그가 빠르게 발을 놀려 아파트 입구 쪽으로 다가가는데 허리에 찬 휴대폰의 진동음이 느껴졌다 그는 근처에 있는 놀이터 안으로 발길을 바꾸었다 변소의 그늘에 서서 휴대폰을 귀에 대었다여보세요스노다 나 우끼다야 지금도 아파트 앞에 있나네 과장님 리무진도 그대로 있고 아직 움직이지 않습니다상체를 똑바로 세운 스노다가 대답했다두 시간이 넘었군 그래 호소가와하고 저녁을 먹고 나올 생각인가네 저희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오늘 처음 아파트에 왔으니까요그렇지우끼다가 시큰둥한 말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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